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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 오피스 누나 이야기.txt(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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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먹튀토난 댓글 0건 조회 38회 작성일 18-10-2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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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편의 오류를 바로 잡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지구 자전방향의 오류을 지적해주신 분들. 감사.) 

 

시작보다 끝내기가 정말 어렵네요.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글을 이해해주시는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긴말 하지 않고 시작하겠습니다.

 

 

----

비행기가 도착지에 가까워지며 성층권에서 대류권으로 내려오고 구름 아래로 하강하며 지표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하면 기장이 도착지의 날씨나 시간을 알려주는 방송을 합니다. 그리고 음악을 틀으며 승객들의 잠을 깨우고 분위기를 환기 시키지요.

 

저는 이 분위기를 참 좋아합니다.

 

 

도착하는 곳이 집이건 외지건 잘 도착했다는 안도감, 여행은 여행대로의 기대감, 집이면 집으로서의 편안함이 섞여 마음을 동하게 합니다. 

 

 

비행 내내 혼자 감상에 젖어 비운의 왕자놀이 유행가 가사를 마음속으로 몇 곡이나 써대면서 이제 안책임님을 보낼 수 있다고 난 이제 괜찮다고 널 멀리서 지켜보며 응원하겠다고 속에서 울고 웃으며 10시간의 비행을 마쳤습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에 내리자 입국 수속을 하러가는 통로에 수트 케이스를 옆에 두고 안책임님이 서 있었습니다. 어느새 후디와 트레이닝복 차림과  운동화에 안경까지 쓰고 있습니다. 표정은 훨씬 나아 보입니다.

 

나: "잘 쉬셨어요? 맛있는거 주던가요?"

 

안: "... 고마워요"

 

깊고 맑은 눈이 반짝입니다.

 

엄청 복잡한 마음을 담은 저 눈.

 

 

 

나: "다행이네요. 인천에서는 쓰러질 듯 했는데."

 

안: "맞아요. 아까는 너무 아파서 진짜 쓰러지는 줄 알았어요. 원래 잘 안아픈데 갑자기 아파서 당황했네요."

 

나: "라면 드셨어요? 내가 라면 먹으라고 그랬는데."

 

안: (웃음) "사실... 열시간 비행중에 한 일곱시간은 잤어요. 식사도 내리기 전에 주는거 하나만 겨우 먹는 둥 마는둥...."

 

나: "으악. 내내 잤다고요?"

 

 

아니.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잠만 자다 오다니..

 

 

 

안: "덕분에 정말 잘 잤어요. 비행기 타기 전날 밤 잠도 거의 못 자고 아침부터 소화도 안되고.. 생리 마지막날인데 몸은 엄청 무겁고.. 진짜 공항에 억지로 왔어요. "

 

나: "아이고.."

 

안: "비행기 타자마자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물 달라 해서 약먹고 비행기 뜨기도 전에 안대 쓴다음 그대로 꿀잠... "

 

 

네. 그런거 같아요. 사람이 완전히 변해있...

 

 

안: "정말 미안하고 고마워요. 비즈니스 클래스 티켓 산 거는.. 아니죠? 회사가 사줄리는.... 혹시 산거면 어떡해...아니면 마일리지 쓴거에요?"

 

나: "산거면 뭐 해줄건데요. 비스니스 클래스는 와인 리스트도 따로 있다던데.."

 

안: "손책임님은 앞으로 많이 탈거에요. 지겹도록. 그리 되기를 바래줄게요."

 

두 손을 잡고 기도하는 시늉을 하며 눈을 반짝이는 안책임님을 보고 있노라니 좌석 양보하기를 잘 한 것 같습니다.

 

 

 

 

 

저는 손짓으로 움직이자고 재촉했습니다. 빨리 입국 수속을 하고 짐을 찾아 다시 부치고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어졌습니다.

 

비행기를 탈 때만 해도 대화를 끌어 나가기 어렵게 분위기가 무거웠는데 어느새 우리는 다시 나란히 걷고 있었습니다. 입국 심사를 위한 줄에도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나: "근데 어디 가세요? LA에 누구 만나러 가세요?"

 

안: "출장 간다니까요. ** 전시회."

 

나: "응? 아까 출장이라고 안했잖아요. 그리고 출장자 명단에도 없었는데"

 

안: "아까 출장이라고 했어요. 안했나? 아무튼.. 사정은 복잡한데 아무튼 가요. 가는거 결정된지 며칠 안되어서 그럴지도.."

 

 

기분이 묘합니다.

 

같이 출장을 간다니.

 

 

 

한참 만날 때 같이 출장 갈일 없을까. 어떻게 일을 만들 수 없을까 상상만 해본 적이 있었는데 헤어지고 나서 진짜 가게 되다니. 그것도 같은 비행기에 단 둘이.

 

 

입국심사를 간단히 거치고 짐을 찾아 다시 보냅니다. (아시겠지만.. 미국은 경유지에서 짐 찾아야 함) 

 

샌프란시스코에서 엘에이 까지는 겨우 한시간 반 비행이지만 공항에서 세시간을 놀다가게 생겼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냥 같이 있게 되어버렸습니다.

 

 

 

안: "나.. 배고픈데 뭐 같이 먹지 않을래요? 샌드위치라도."

 

나: "네. 뭐라도 먹어요. 근데 진짜 별로 안 먹었나보네...."

 

안: "처음에는 자느라. 그리고 잠깨서는 소화 안될까봐 조금 먹다 말았는데 지금 엄청 배고파요. "

 

나: "저는 그냥 뭐 마실게요. 어디든 가요."

 

살아나긴 날아난 모양. 비즈니스 클래스 음식을 마다하다가 비행기 내려서는 배고프다고 하다니..

 

 

 

순간 옆에 서서 같이 걸어가는데

 

또 그 향기가 저를 휘감습니다.

 

 

아 혼미해지면 안돼. 정신차려 정신차려.

 

 

 

우리는 국제선 터미널에서 나와 다른 터미널로 이동하는 기차를 탔습니다. 어느새 안책임님의 짐은 제가 끌고 다니 있었고 손을 잡지 않은 것 빼고는 한두달 전으로 돌아간 것과 비슷했습니다.

 

복잡한 공항검색을 거치고 다시 터미널로 들어와서야 샌드위치 가게를 찾아 들어왔습니다. 벌써 진이 다 빠집니다. 이러니까 다들 직항 타려고 하지... 

 

비즈니스를 못 타서... 는 아니고 오랜 비행이 그래도 불편했는지 조금 피곤합니다. 한국이면 그래. 잘 때지. 지금.

 

뭐든 먹자해서 바로 보이는 샌드위치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미국에서 샌드위치 주문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데 점원 앞에서  익숙하게 영어로 주문하는 안책임님을 또 넋놓고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참 싱숭생숭합니다.

 

아 이 매력적인 사람. 하지만 내 것이 아닌사람. 

근데 왜 이렇게 익숙하게 또 같이 있는 건가.

 

 

그렇다고 

 

우리 왜 같이 있어요?    

다시 만날 것도 아닌데!

 

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불편하지만 불편하지 않은 

지금 이대로 있으면 했습니다.

 

 

 

배고프지는 않았지만 저도 어떻게 샌드위치를 주문해가지고는  아이스티 두잔을 들고 둘이 좁게 앉을 수 있는 테이블에 마주 앉았습니다. 테이블이 너무 작아서 이 시끄러운 공항에서도 얼굴을 코앞에 두니 이야기에 집중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샌드위치를 덥석덥석 맛있게 먹는 안책임님을 두고 소화 안되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어떻게 지내셨어요. 전 잘 지내요. 

 

내용은 없지만 불편한 맥락의 이야기들...

그냥 피하고 싶었습니다.

 

 

 

나: "저 이 출장가고 두 주후에 일본가면 이 프로그램 끝이에요."

 

안: "와아 벌써 그렇게 되었나. "

 

나: "원래 반 년인데 두 달을 더했으니까.. 진짜 많이 다니긴 했네요. "

 

안: "이제 뭐해요 그럼? 부서 복귀하나?"

 

나: "그렇지 않을까요? 뭐 달리 생각 나는게 없어서.."

 

안: "이거 양성 프로그램 아니에요? 미국 보내고 그렇지 않을까? 글로벌 MBA니 이런거 보내주고 나중에 막 임원시켜주고..."

 

나: "에이. 아니에요. 저 그런 급 아니에요."

 

 

안책임님이 MBA이야기를 꺼내니 마음 한 켠이 쿵. 합니다.

 

저 먼 기억 어딘가에 생생히 살아있는 느낌들.

 

그 기억을 상기하자 순간 스팀팩이라도 맞은 듯 아드레날린이 확 돌면서 피곤이 싹 가십니다.  머리 속에서 그때의 기억이 한번 돌고 갔다는 걸 몰랐겠지요. 그때 나를 안아주던 그 풍경이 뇌에서 빠르게 신경들을 자극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안책임님은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고 있었습니다.

 

 

그냥 불편한 이야기는 말자.

 

이제 와서 그 밤에 왜 그랬냐고 이야기한들 무슨 의미가 있으며 나는 이해는 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지내는 이야기는 옆으로 치워 놓은 채

회사이야기를 조금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조금 하다가

 

다음 비행기 시간이 되어 다시 비행기를 타러 갔습니다.

 

 

 

사귈 때도 서너 시간을 내내 같이 있던 적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정작 헤어지고 나니 이런 시간이 주어지는 아이러니에 마음이 불편합니다. 더구나 만리 타국에서 누구의 시선도 불편할 것 없는 이 완벽한 타인으로 존재하는 이곳에서 우리는 연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옛날에 이런 시간이 주어졌던들 무엇이 바뀌었을 까요.

 

 

경유편은 둘다 이코노미였지만 좌석이 좀 떨어져 있었고 굳이 붙어앉으려고 하진 않아서 또 따로 가게 되었고 저는 좌석에서 책을 보는둥 마는 둥 하다 그대로 짧은 잠이 들었습니다.

 

 

공항에 도착하니 안책임님은 고새 또 옷을 갈아 입었습니다. 인천에서 입었던 옷을 입고 있었고 간단히 화장도 좀 한 모양입니다.  짐찾는 곳으로 가니 캐러셀이 벌써 돌며 짐을 토해 냅니다. 안책임님은 짐을 부치지 않았지만 그래도 옆에 있어주었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지나도 제 짐은 안나왔고 결국 마지막 짐을 다 찾아가고 캐러셀은 멈추고 저와 안책임님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이런 적은 처음이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나: "아... 짐이 안 왔나봐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뭐가 잘 못된 모양인데.."

 

안: "저기 항공사 카운터 가서 이야기해보세요. 최소한 딴 비행기에 태운건지 안 태운건지라도 알아야지..."

 

나: "아... 머리 아프네..."

 

 

항공사 카운터 터벅터벅 걸어가긴 했는데. 솔직히 안책임님 앞에서 영어하기가 싫었습니다. 그냥 짐이 안 왔어. 어딨어. 하면 되니 얼레벌레 영어로 할 수 있을 것 같긴했는데 괜히 안책임님이 신경이 쓰였습니다.

 

직원에게 짐이 없다고 하자 직원은 짐 드랍할 때 받은 태그를 보여달라고 합니다. 

 

 

어... 태그가 없다... 

여권에 껴 두었는데..

 

 

몇페이지 되지도 않는 여권을 추르륵 뒤지고 허둥지둥 주머니에 가방에 난리 법석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백인 아줌마 직원은 그 모습을 한심한 듯, 하지만 익숙한 듯  쳐다보고 있었고 저는 당황하여 찾은 곳을 또 찾고 뒤지고를 반복했습니다.

 

 

갑자기 땀이 납니다.

 

나: "아.. 어디갔지.."

 

안: "같이 찾아 줘요?"

 

나: "아니에요. 제가 찾을게요..."

 

 

생각하다보니..

 

아. 인천에서 비행기 타기 직전에 안책임님에게 황급히 보딩패스를 안겨주고 뒤도 안돌아보고 간다는게 그 사이 뭔가 흘린 것 같습니다.

 

 

 

직원: (영어로) "클레임 태그 없으면 안돼. 그거 꼭 있어야 돼-"

 

(--죄송합니다. 여기에  영어로 쓸 수는 없...--)

 

 

나: "아. 티켓하고 같이 둔 것 같은데..."

 

안: "보딩패스에 붙어있나?" 

 

제가 아까 주었던 티켓을 보지만 없습니다. 순간 안책임님도 뭔가 꺠달은 듯 합니다. 내가 성급하게 티켓을. 그러니까 멋있는 척 해볼라고 휙 주고 난 자리에 흘린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뭔가 책임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 듯

 

자신이 나서더니

직원을 앞에두고 또 후루룩 영어를 쏟아냅니다. 

 

 

분명히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찾아서 다시 잘 부쳤다. 태그 없으면 어려운 것 맞지만 그래도 트래킹 되지 않니. 좀 해줘. 응? 우리 짐 없으면 안돼. 없어도 찾을 수 있잖아. 응?  나 니가 할 수 있는 거 알아. 오 그건 그렇고 너 오늘 하고 온 목걸이 이쁘다....

 

 

딱 들어도 

적당한 레벨의 부탁과 적당한 레벨의 권리에 대한 요구. 

그리고 영혼없지만 그냥 미국애들끼리 보통 하는 칭찬.

  

 

직원은 한숨을 팍 쉬더니 '원래 안돼... '라고 하고 보딩패스를 달라 합니다. 한두군데 전화를 하고 컴퓨터에서 이것저것 입력을 하더니 제 짐의 위치를 찾았나 봅니다.

 

직원: (역시 영어로) "니 짐은 라스베가스에 있어. 미안."

 

나: "아니 왜 거기에 있어! 내 짐에 LAX 라고 딱 써 있는 태그를 달았는데!"

 

직원:  "미안. 너 호텔 주소 적어주면  보내줄게. 아마 내일은 가겠지."

 

 

 

미국인 특유의 '미안해. 근데 내가 해줄 수 있는건 여기까지.'...

   

짐은 홀랑 안 오고 숄더백에 (쓰잘데 없는 여자 화장품이나 있는) 면세점 쇼핑백을 든 꼴이 참 말이 아닙니다. 회사 일행이라도 있었으면 난처했을 뻔 했겠지만 만약 직항으로 왔으면 이런 일도 없었겠지요.

 

 

저는 그냥 오케이... 하면서 한숨쉬면서 호텔 주소와 제 이메일, 전화번호를 적고 떠나려고 하는데 안책임님이 직원을 붙잡고 말을 계속 합니다.

 

 

(직원에게) 내일은 오는 거 맞아? 라스베가스에서 바로 페덱스같은걸로 다시 이리로 부치면 오늘 밤에도 오는거 아니야? 담당자 전화번호 줘. 대표번호 말고. 한번에 연결되는거. 

 

(나에게) 책임님. 현지 전화번호 다시 확인해 봐요.  전화되나 확인도 해봐요. 심카드 껴도 안되는 때 많잖아요.. 아까 전화도 해 봤나? 음. 오케이. 되네. 

 

(직원에게) 그리고 오버나이트 키트 같은거 없어? 당장 씻고 뭐 갈아입는 거 그런거 있지 않아? 이 사람 어쩌라고. 세수도 못하고 열다섯시간 왔다고.  그리고 오늘 이 사람 뭐 사야하잖아. 바우처 같은거 있잖아. 돈 얼마 쓸 수 있는거. 그거 줘. 몇 십불이라도 줘. 보상금 말고. 그건 따로 신청할꺼야. 지금 옷 사야 해....

 

 

후두둑 쏟아내는 영어를 또 넋놓고 보고 있는 저도 참 웃깁니다. 주위에 영어 하는 사람 천지이고 심지어 원어민도 많은데 안책임의 영어는 그냥 넋놓고 듣고 싶습니다.

 

 

사무실로 들어간 직원이 서바이벌 키트를 들고 나옵니다. 이것저것 이름쓰고 싸인하고 한 다음 이제 불쌍한 몰골로 자동차를 렌트하러 갑니다.

 

 

 

안: "아휴. 왜 짐이 없어졌대... 그나저나 꼭 달라고 해야 이런걸  준다니까..."

 

안책임님이 같이 여행다니면 

정말 편할 것 같습니다.

 

 

나: "뭐 어쩌겠어요. 내가 비행기에 직접 실을 수도 없는 일이고.. 어떻게 하루 버텨보죠 뭐. 그건 그렇고 호텔 어디세요? 차는 어떻게 해요?"

 

 

안: "나 렌트 예약했어요. 호텔은 ***인데.. "

 

나: "엇. 거긴 어디지. 회사 사람들 다 @@@이던데.. 왜 혼자 거기 계세요?"

 

안: "회사에서 해준건데.. 난 따로 인가 보죠 뭐. 책임님도 렌트했죠? 같이 차 찾으러 가요."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아. 면허증...

 

 

 

나: "국제 운전 면허증이 수트 케이스에 있어요.."

 

안: "아니 왜 그걸 거기에 넣어요!"

 

나: "어제야 생각나서 갑자기 만들고 어쩌다보니 짐싸다가 거기에..."

 

안: "어휴... "

 

뭔가 곰곰히 생각하더니.

 

 

 

안: "캘리포니아는 국제운전면허증 어차피 안 통해요. 한국 면허증은 있어요?"

 

나: "네 지갑에..."

 

안: "그럼 그걸로 빌려요. 캘리포니아 경찰은 어차피 국제 면허증은 안봐요. 렌트카 회사에 한번 이야기해봐요. 난 될거 같은데..."

 

나: "국제 운전면허증도 없이 미국에서 운전을 한다고요? 그게 돼요?"

 

안: "될거에요. 믿어봐요!"

 

 

반신반의하면서 렌트카 픽업하는 곳으로 갔는데 면허증 주세요. 말에 국제면허증은 없고 이거요 하면서 한국 면허증을 줬더니 이것만 보고 진짜 국제 면허증없이 차를 빌려주었습니다! 헐.. 

 

 

와. 진짜.

안책임님만 따라다니면 다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여행지에서 길을 잃고 표류하는 나를 구해준 여신과도 같았습니다.

 

 

 

렌트카에서 차를 찾자 또 뭘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반년동안 열 몇번을 해외를 다녔는데 갑자기 해외 처음 나가 본 바보가 된 느낌입니다.

 

이상하게. 안책임님이 옆에 있으니까 더 바보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뭐라 할 말이 없어서.. 

 

그럼 여기서 헤어지나? 내일 전시장에서 봐요? 저녁먹어요? 차라도 한 잔?

 

머리속에서 이래저래 생각이 스치고 있는 중에.

 

 

 

안: "짐 속에 뭐 있었어요? 최악에 경우 내일도 짐이 안온다. 하면 문제 있는거 없어요?"

 

나: "아...놋북같은건 여기에 있고..  일단 구두가 거기있고 옷이랑..  뭐 있더라..."

 

안: "키트 꺼내봐요. 뭐 있나."

 

항공사에서 준 키트를 보니 세면도구랑 반팔 티셔츠 따위 들어 있었습니다.

 

 

안: "아무 도움도 안되겠네.. 비누 샴푸 칫솔같은건 호텔에도 있는건데. 면도기 이거 쓸 만 한거에요?"

 

나: "뭐 그냥 하루는 쓰겠는데.. 옷이 문제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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