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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 오피스 누나 이야기.txt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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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먹튀토난 댓글 0건 조회 38회 작성일 18-10-2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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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13편부터는 너무 바쁜 와중에 써서 약간 어거지로 쓰고 있던 감이 있습니다.

15편도 회사 앞 커피숍에서 새벽에 노트북 펴 놓고 또 어거지로 쓰고 있었는데 이렇게 끝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중간에 적당한데서 끊고 올려서 추석이 지나고 이렇게 16편을 올리게 되버리고 말았습니다.

(재미없네. 늘어지네. 여기저기 원성이 들려오는 듯하지만. 이제 완결을 눈앞에 두고 뭐 고칠 수는 없...)

그 때의 감정이나 일들을 떠올리는데 제법 시간이 걸리고 집중이 되어야 글이 잘 써지는데 막 짜투리 시간을 내어서 쓰다보니 진행이 이상해지고 서술이 중언부언해져서 이렇게 끝내고 싶지는 않아서 16편은 좀 천천히 썼습니다.


그리고 너무 천천히 썼더니 
천천히 써도 분량 조절이 안되는군요.

그냥 제 글 솜씨 탓이려니 합니다.
죄송합니다


** 중간에 이름 바뀐것 수정했습니다.
------------




전시 둘째 날은 제법 바빴습니다. 회사 사람들과 함께 파트너 미팅을 계속 했고 계속 영어로 말하고 쓰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미팅 사이에 시간이 떠서 몇몇이 담배좀 피러 나간다고 해서 모두 같이 바람좀 쐬러 나가는데 전시장 문에서 안책임님을 딱 만났습니다. 어제 일로 어색해져버리기도 했고 안책임님도 회사 사람들과 안 만나며 출장 일정을 보내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그냥 눈만 마주치고 지나치려는데.

같이 있던 직원 중 한명인 은지씨(가명)가 안책임님을 부릅니다.



은지씨: "선배님! 책임님! 꺄악! 여기 왠 일이세요!"

안: "어! 은지씨. 출장 왔구나- 잘 지냈어? 오랜만이네- 여전히 이쁘네. 우리 은지."


우리 은지.
하는 걸 보니 되게 친한 혹은 친했던 사이인가 봅니다.
와락 안기는데 난리도 아닙니다.




은지씨: "회사에선 못 만나다가 여기서 보네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하긴 전 중간에 미국에 있느라 회사를 비우긴 했는데..."

안: "아. 미국 갔었구나. 지금 무슨 팀이랬지?"

나: "어.. 두 분 어떻게 아세요?"

은지씨: "저 신입 때 제 사수셨어요. 절 사람 만들어 주신 분. (웃음) 그 때 배운 걸로 지금 버티고 살아요. "

저와 일행은 앞서 걷고 안책임님과 은지씨는 뒤에서 한참 이야기를 하며 따라 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안책임님은 마치 멘토같은 역할이었나 봅니다. 은지씨는 처음엔 회사 이야기를 하더니 나중에는 남친에 결혼 이야기까지 종알종알 하고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안책임님은 인사를 하고 헤어졌고 일행 중 한명이 차에서 뭐 좀 꺼낸다고 두어명이 같이 차로 갔는데 순간 악! 외마디 비명이 들렸습니다.

놀라서 뛰어가자 한명이 코를 움켜쥐고 쓰러져 있고 조수석 문이 반쯤 열려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문을 열다가 전화기가 떨어져 줍는 순간 안에 있던 사람이 문을 확 열었고 그 문이 코를 친 모양입니다.

코피가 나는데 일단 피가 나자 당황스러웠습니다. 다친 사람이 너무 아파했고 티슈와 손수건으로 일단 피를 막고 있는데 병원을 가야하네 어쩌네 이러고 있는데 저멀리 안책임님이 뛰어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안: "어머. 많이 다치셨어요? 피가 많이 나네... 병원 가야할 거 같은데."

나: "얼전트 케어가면 되지 않을까요. ER 가야하나요?"

은지씨: "코뼈 상한거면 어떡해요. "

다친 사람: "응급실 가면 돈 많이 드는거 아니에요? 미국 응급실가느니 비행기 타고 한국 간다는데. 아아. 근데 너무 아파요. "

안: "아니에요. 지금 다친 마당에 돈 걱정을... 회사는 보험없이 출장 안 보내요. 잠깐만요."




그러더니 갑자기 911로 전화를 해서 (또 영어로) 막 설명을 합니다. 

옆 사람이 차문에 부딛혔는데 코가 상했어. 피가 많이 나. 응. 그래. 응급실 가야하지? 응. 오케이. 여기서 제일 가까운 응급실 어디야. 응. 내가 부르는 주소좀 적어 주세요. 주소 뭐라뭐라. 우리는 어떻게 해야해? 그냥 피 막으면 돼? 응. 그래. 고마워.


안책임님이 막 급하게 통화하는 동안 나머지 일행들은 무슨 미드의 한장면 보듯 그 광경을 보고 있었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선글라스를 쓰고 단발의 머리칼을 날리며 영어를 하는 모습에 너무 아이러니 하게도 미국에서, 주위에서 영어만 들리는 나라에서, 유창한 영어를 감상하는 듯 했습니다.



모두들 정신을 차리고 다친 사람을 데리고 운전해서 가려는데 안책임님이 같이 가줘야 하는 분위기에서 제가 제지시켰습니다. 

이건 같은 부서 사람이 데리고 가야 하는거 아니냐고, 영어 다들 웬만큼 하면서 왜그러냐고 우겨서 한 명만 다친사람을 데리고 급히 운전해서 떠났습니다.




이상한 마음.

누구든 안책임님과 도움 주고받아서 더 가까워 지는게 싫은 마음.

이 빛나는 사람이 알려져서 모두가 사모하는 대상이 되는 것이 싫은 마음.


이런 마음이 순간 들었습니다.




은지씨가 법인의 주재원에게 사고를 알렸고 주재원은 자기가 병원에 가서 알아서 처리하겠노라고 했습니다. 소동은 마무리 되었고 저는 다음 미팅시간에 조금 늦어 뛰어서 다시 전시장의 미팅룸으로 찾아 들어갔습니다.






미팅 중에 계속 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감정을 정리하지 못하면 난 한발짝도 못나갈것 같다.

나랑은 틀렸지만. 아까운건가. 
이런 감정 당연한건가.
찌질하지만 싫다! 나말고 다른 사람이랑 가까운거!


비즈니스 클래스석을 양보하면서 마음을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출장지에 와서 계속 엮이고 있는 걸 보니, 그리고 그에 따라 또 감정이 요동치는 것을 보니 계속 뭔가 남았습니다.

...

저녁이 되어 업무가 남은 사람은 일을 하고 쇼핑을 가는 사람도 있고 저는 근처에 직장을 잡은 친구와 연락이 닿아서 만나 간단히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가면서
저녁에 술좀 먹으러 차를 호텔에 놓고 우버를 타고 나갔던 저는 제법 많은 술을 먹고 호텔방에 오자마자 썸녀 아가씨에게 연락하는 것을 또 잊어버리고 그냥 자버리고 말았습니다.






전시 마지막 날.

미팅이 취소되면서 하루를 모두 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행운이 생겼습니다. 보고서도 이미 보냈겠다 느긋하게 전시를 둘러보고 고생하는 전시팀일도 조금 도와주며 보냈지만 안책임님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출장지에서 하루를 더 보낼 수 있어서 모레 한국으로 출발하지만 안책임님은 내일 출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앉아서 이야기라도 해서 뭔가 매듭을 지려면 오늘 밖에 없었습니다.




이대로 한국에 가면 영영 불편한 관계. 
영영 불편한 기분이 될 것만 같았습니다.


오후가 되어서 전시도 슬슬 파장 분위기가 시작되고 일이 먼저 끝난 팀들은 삼삼오오 모여 저녁과 밤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들을 합니다. 벌써 쇼핑하러 도망간 무리도 있다 하고 헐리우드에 구경을 가네 어쩌네 이야기가 오갑니다.


회사사람1: "손책은 어디 안가요? 우리 끝나서 지금 아울렛 간다는데 같이 안갈래요?"

나: "전 쇼핑 안좋아해요. "

은지씨: "저희 패서디나쪽 가서 저녁 먹을건데 같이 안가실래요?"

나: "저녁에 그 쪽 죽어라고 막힐텐데.. 구글맵이라도 찍어보세요."




신경은 온통 안책임님에게 가 있어서 뭐 쉽사리 하자고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은지씨: "저희 팀 분들 야구 보러 간다는 파랑 저녁식사 파가 갈렸는데 전 사실 어디도 가기 싫긴 해요. 책임님은 어디 안가세요? 미국 너무 많이 오셔서 별 느낌이 없으신가."

나: "아 오늘 야구 하는 날이에요? 메이저리그 보러 가세요. 재미있을텐데."

은지씨: "다저스 경기 아니고 애너하임 경기래요. 류현진도 안나오고.. "

나: "마이크 트라웃 보면 되겠네!"

은지씨: "잘 몰라요... 암튼 어디 가세요?"

나: "메이저리그에서 젤 잘하는 선수에요! 얼마나 멋진데."




아 이 아가씨 왜 자꾸 나한테 붙으려 하지.


아마도 출장 자주오던 사람이니 재미있게 보낼거라 생각한 모양입니다. 사실 저도 야구나 좀 볼까 생각도 들었는데 안책임님과 매듭을 짓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누굴 기다린다고 하기도 뭣해서 말도 안되는 걸 반 농담으로 던졌습니다.




나: "어... 난 별 보러 갈라고요!"


이렇게 던지면 큭- 웃으며 에이. 무슨 여기까지 와서 별을 봐요- 이럴줄 알았던 서른 남짓의 젊은 아가씨는 갑자기 반색합니다.


은지씨: "헐 대박.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세요? "


어. 아닌데. 농담으로 받아야 하는건데.


은지씨: "우아. 책임님 너무 멋있다. 출장와서 기껏 한식집 가서 소주먹는 아재들 사이에서 이런 제안이 나올 줄이야!"

나: "에이 요즘에 누가 그래요. 저위에 부장님들이나 한식집 가지..."

은지씨: "아무튼아무튼. 저좀 데리고 가세요! 헐리우드같은덴 가봤고 딱히 먹고 싶은것도 없고."


아. 농담이라고 할 타이밍을 이미 놓쳐버렸다.


나: "단 둘이 어떻게 가요. 말 나오고 그래요. "


그래. 차마 둘이 가고 싶다고 들이대진 않겠지.

은지씨: "그럼 누구랑 같이 가면 되죠! 별보러 간다면 다들 진짜 좋아할텐데. 그럼 몇명 모이면 저희도 같이 가요. 네?"


아. 이게 아닌데. 그냥 던진 말인데.

물론 별보는 거 좋고 실제로도 별보러 간 적도 있지만 이렇게 막 던진 말에 반응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제 와서 혼자가겠다거나 농담이라고 할 수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은지씨는 혼자 신나서 어머 별을 보러간데 ㅋㅋㅋ 이러면서 여기저기 메시지를 보내는 모양입니다.


은지씨: "*선임이랑.. ** 책임 아세요? 둘이 간대요. 그리고 아마 전시팀 사람중에 일찍 철수한 사람들 갈 수도 있을거 같은데. 너무 많이 가면 그런가? 그 사람들 차도 있으니까 상관없죠?"

나: "여기서 빛 없는데 찾으려면 멀리가야 할텐데. 괜찮아요? 내일 비행기 타는 사람들 부담될텐데."

은지씨: "전 상관없어요. 오후 비행기인데요 뭐."


이제 갈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은지씨는 혼자 신나서 여기저기 전화해보더니 문득




은지씨: "책임님. 근데 안책임님은 어떻게 아세요? 안책임님도 가자고 하면 갈까요? "

어... 잘 모르겠다. 어떻게 답을 해야하지. 
에라. 모르겠다. 


나: "어.. TF같이 했었어요. 한 번 물어봐요. 가는지. 아! 누구누구 가는지 이야기 해주고. 혹시 불편한 사람 있을지도 모르잖아."

은지씨: "아 신난다! ㅋ"


은지씨는 안책임님에게 메시지를 보내더니 "좀 있다 알려주신대요!" 하고는 일을 마무리한다고 총총 사라졌습니다.



별보는 사이트는 구글신이 친절히 알려줘서 별로 어렵지 않게 근방에 있는 걸 찾을 수 있었는데 문제는 안책임님이었습니다. 만약에 간다면 난 처신을 어떻게 해야할 것이며 혹시 말이라도 잘못하면 주위의 오해를 사기 좋은 상황이었습니다.


저도 일을 클리어 시키고 주차장에 가기로 한 인원들이 모였습니다. 시간상 호텔에는 들르기 어려워서 바로 두시간 거리에 있는 주립공원(state park) 를 향해 가기로 했습니다. 안책임님이 가겠다는 답을 마지막으로 하며 저까지 여덟 명이 가고 차는 석 대가 모였습니다.

다들 모이면서 
"어우 손책임님. 낭만있다. 그런데를 갈 생각을 어떻게 해?" 라든지 
"크으. 이런건 남자친구랑 가야 하는뎅..." 같은 소리들을 하며 사람들을 기다렸고 

저는 저대로
"나도 당신들이랑 사실 같이가고 싶지는 않아요."

로 응수하며 사람들을 기다렸습니다.




안책임님과 다른 한 사람이 늦게 되어 한 대가 기다리기로 하고 저와 다른 한대가 먼저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피크닉 블랭킷이라도 하나 사야 펼쳐놓고 누워서 볼 수 있어서 중간에 춥다는 사람 자켓도 살겸 아웃도어 용품점에 들르기로 했고 가는 길 중간에 햄버거집에서 일단 모이기로 했습니다.



저와 은지씨 그리고 다른 남자 선임 하나가 타고 먼저 출발했습니다. 이 밝디 밝은 서른살의 여자는 한참을 종알종알 뒤에서 떠듭니다.


은지씨: "손책임님. 임원 양성프로그램 같은걸로 다니시는거죠? 그렇죠? 우어 되게 멋있다."

나: "아. 그런거 아니에요. 그냥 얼떨결에 온거에요. 은지씨가 보기에도 내가 그런 급은 아닌 것 같지 않나."

남자선임1: "저희 팀에 작년에 이 프로그램하시고 바로 주재원으로 가시던데. 아니에요?"

나: "아. 아니라니까... 그리고 뭐 그렇더라도 임원이 뭐 부러워요? 난 아주 부럽진 않던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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